봉숭아 꽃물

청여로 2007. 11. 27. 00:36
 

봉숭아 꽃물


                - 윤은진



여름이 지나도록

이웃집 담장가로 탐스러이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던

붉은 봉숭아꽃

스쳐 지나다니면서

늘 눈독을 들였다

벌건 대낮에 꽃잎 도둑이 되는 건

가슴이 벌렁거려 안되고

날짜만 갔다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으슥한 밤

붉은 가로등아래

봉숭아 꽃잎 꼭꼭 숨었다

봉숭아 이파리아래 꽃잎 찾아내어

나는 꽃잎 도둑이 되었다


조그만 돌로 콩콩 찧어

손톱에 올리고 밤새 꽃물 들인다

첫사랑 이루어지라고 기원하며

빨리 첫눈을 기다리던

설레이던 그 날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