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달개비꽃/윤은진
청여로
2008. 10. 21. 12:02
달개비꽃
윤은진
가을이 오는날,
안개 내리는 개울가
잡풀속에 몰래 피어난
멍빛 달개비꽃
옛날에 옛날에
하얗다 못해 푸른빛의 피부로
청초한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뭇사내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늘 여자의 몸은 멍빛으로
물이 들었다, 어느날
깊은 골짜기 수렁 속에서
파리한 여인을 건지고
여인을 잃는 남자는 가슴에
영원히 담았다
무덤가,
멍빛으로 피어난 달개비꽃
무리를 이루어 퍼져 나갔다
안개짙은 개울가
슬픔으로 피어난
멍빛 달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