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을 하면서

청여로 2011. 1. 19. 22:16

 

바느질을 하면서

 

                    윤여로

 

 

솜을 넣고 천을 누빈다

딴 생각을 하면 안된다

아차 하는 순간,

바늘에 찔린다

아야 소리를 지르고

깜짝 놀란다

피가 나서 천에 스며든다

시원하기도 하다

체증이 가셔지는 기분

 

과식만 하면 체했던

예민한 위를 갖고 있었다

그때마다 약은 듣지를 않고

손가락을 따서 피를 보면

체증이 가라앉았다

체할 때마다 손가락을 내밀 수 없어

내가 내 손을 따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 가서일까

체하는 증상이 사라지고

오랫동안 손을 따는 일이 없어졌다

내가 내 손을 따야 하는 일이

겁이 났다

바느질을 하면서

자연스레 손을 따고 있다

가벼운 체증이 다사라지는 것이다

개운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